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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만나보는 "2020년 크리스마스 500인전"
전시 서문
태고로부터의 여정,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을 기념하며
무엇이 우리를 일으킵니까? 무엇이 우리를 걷게 하고, 또 우리를 뭉치게 합니까?
세끼 밥으로 생명을 유지할 뿐, 따뜻한 가옥으로 생명을 보호할 뿐, 문화를 일으키고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4만 4천 년 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살던 조상은 사냥감을 함께 나눠 먹고 그 기운으로 동굴 안에 사슴을 그렸습니다. 언젠가 밖에서 두 눈으로 본 시각 정보가 그의 정신 안에 재현되고, 그 정신의 산물이 다시 손을 거쳐 동굴 벽에 찍힌 위대한 순간입니다. 물질은 거들어줄 뿐 문화는 정신이 만듭니다.
4만 년 전 예술가의 정신은 바로 이 전시장에 걸린 사진작품 300여 점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어떤 충동이 내 안에서 발견됩니다. 그 충동이 자꾸만 커져서 결국 나를 지배하고, 나는 그 충동과 함께 나 자신을, 타인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얻습니다. 셔터를 누르면 빛의 알갱이가 포획됩니다. 그러나 그건 단지 물리적 입자들의 덩어리가 아닙니다. 어떤 특정한 시각적 세상을 꿈꾸는 정신이 기획한 프로젝트 속의 이미지이니까요.
셔터를 누릅니다. 정신은 존재합니다.
2019년 ‘100인 전’을 시작으로 올해 ‘500인 전’이 열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4만 년 전 그 위대한 예술의 정신을 짓밟지 못합니다. 이제 우리는 더 나아갑니다. 매년 ‘1,000인 전’을 1회씩, 천 년 동안 열고자 합니다. 고려의 ‘팔만대장경’처럼 우리의 여정은 천 년의 역사로 남겨질 것입니다.
본 전시회는 많은 도우미 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열리지 못했습니다. 서요환(명단 정리), 김성구(회계), 백영민(홈페이지 및 포스터 제작), 오태석, 송영희, 김명수(출품작 정리) 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치 공성전 대비에 온 힘을 쏟는 성주와 같이 기획과정을 두루 살펴주신 김용석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각자만의 동굴 속에서 외로이 꿈을 꾸던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주신 김홍희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전합니다.
이곳 전시장에 4만 년 전에 뼈로 만든 피리를 불고 동물을 그리던 선조들의 넋이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태고로부터 시작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남호(울산대학교 철학과)